“연봉 1000만원에 어떤 청년이 인생 걸겠나…농민 무서운 걸 알아야 농촌이 산다” [인터뷰]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김헌주 기자
수정 2025-09-28 19:07
입력 2025-09-28 18:44

어기구 국회 농해수위원장 인터뷰
“유럽 농민, 정책 따져본 뒤 투표”
“농업·농촌에 잘못하면 심판해야”
‘농업민생5법’, 농가 불안정 막아내
농업생산비 급등…필수농자재법 추진

이미지 확대
더불어민주당 소속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28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 출발점이 북극항로”라며 “국회에서 빠른 심의를 통해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어기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28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 출발점이 북극항로”라며 “국회에서 빠른 심의를 통해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안주영 전문기자


“연봉 1000만원에 누가 농촌에 가서 인생 승부를 보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소속 어기구(3선·충남 당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28일 “농업·농촌에는 영호남이 없다”며 “농촌을 위해 어느 당이, 어느 국회의원이 일을 더 잘하는지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어 위원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촌에 돈이 들어와야 젊은이들이 돈 벌러 갈 것 아니냐”며 “스위스 농촌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건 국회의원들이 농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잘하기 경쟁을 하면 농가를 살릴 수 있나.

“그렇다. 유럽의 농민들은 똘똘 뭉쳐 있다. 정책을 보고 선거 때 표를 던진다. 그런데 (한국은) 농민 유권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우리 농업·농촌이 다 죽어 가고 어려운데 농민들이 이걸 깨야 한다. 농업·농촌에 잘못한 의원들을 심판해야 그들도 무서워한다. 그게 농업이 사는 길이다.”

-농가의 숙원인 양곡관리법이 통과됐는데.

“흔히 쌀값은 ‘농민값’이라고 한다. 농민들은 생존권을 위해 밥 한 공기 300원을 받게 해 달라고 한다. 그러려면 쌀 한 가마니(80㎏)에 24만원은 돼야 한다. 인건비, 자재값은 올랐는데 쌀값만 똑같다 보니 양곡관리법을 추진한 거다. 윤석열 정부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통과시켰다. 농가의 불안정을 제도적으로 막아 낼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미지 확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안주영 전문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안주영 전문기자


-추가로 준비하는 농가 지원 법안은.

“‘농업민생 5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한우법)에 더해 ‘필수농자재법’을 추진하고 있다. 농약, 비료, 기름, 전기 등 농업생산비가 너무 올라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농가의 걱정을 좀 덜어 주자는 것이다. 지난 25일 농해수위 소위를 통과했고, 30일 전체회의에 올라온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요구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사실 우리 농산물 시장은 대부분 개방된 상태다. 미국산 소고기도 내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농가의 우려가 크다. 농해수위는 쌀,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국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막아 내려고 한다. 한우 산업을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한우법을 제정했는데 소고기를 추가 개방하면 농민들이 가만있겠나. 소 끌고 광화문으로 올라올 거다.”

이미지 확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안주영 전문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안주영 전문기자


농업재해율, 산업재해율보다 높아…“안전 심각”
선별·저장·포장·물류, 한 번에 ‘산지유통센터’ 확충
북극항로, 미래 먹거리 출발…빠른 심의로 제도 마련
-산업재해 못지않게 농업재해도 심각한데.

농업재해율은 0.76%(2023년 기준)로 전체 산업재해율(0.66%)보다 높다. 특히 농촌 고령화와 맞물려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다치면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 교육, 대책 모두 철저히 준비해야 하겠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정신 바짝 차리고 들여다봐야 할 주제다.”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은.

“윤석열 정부 때 18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쌀값이 이달 기준 22만 50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 상황이 수확기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정부가 수확기에 신속히 시장 격리를 추진해 가격 하락을 막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재배면적 관리와 양곡수급계획을 통해 초과 생산을 줄이는 등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은.

“우리 농산물 유통은 거래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 농민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우의 경우, 산지 가격은 떨어져도 소비 가격은 잘 내려가지 않는다. 농가 역시 이익을 크게 보지 못하는 대표적인 기형 구조의 사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통 단계를 줄이고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선별·저장·포장·물류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산지유통센터(APC)를 확충하고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미지 확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안주영 전문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어기구 농해수위원장. 안주영 전문기자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유임 이후 행보에 대한 평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송 장관을 유임한 이유는 농정 전문가로서 현장의 이해도가 높고, 진영을 넘어서 능력 있는 인사에게 기회를 주는 실용주의 인사라는 점에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 ‘농업민생5법’을 두고 ‘농망법’이라 비난하며 농민들의 불신이 커진 바 있다. 송 장관이 이러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히 반영해 농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극항로 개척 관련 국회의 준비 상황은.

지금 우리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북극항로라고 생각한다. 온난화로 2030년쯤이면 북극이 열리고, 아시아·유럽·북미를 잇는 항로가 대폭 단축된다. 그러면 연료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는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국회에도 북극항로 개척과 관련한 특별법이 이미 4건(문대림·주철현·정희용·김정재 의원안) 제출돼 있다. 국회에서 빠른 심의를 통해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

-순직 해경 사건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이번 순직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해경의 관리 부실과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인재라 할 수 있다.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추가 인력 투입과 상황실 보고가 지연됐다. 근무일지 허위 작성 의혹까지 드러났다. 지난 5년간 관련 규정 위반 적발이나 징계가 전무했다는 사실은 현장 기강이 무너져 있다는 방증이다. 국회 차원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경 순찰 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고 구조 현장에서 해경이 더 이상 위험에 홀로 내몰리지 않도록 인력·장비 확충, 제도적 보완, 예산 지원 등 근본 대책을 강구하겠다.”

-철강 산업을 지원하는 ‘K스틸법’도 발의했는데.

“주곡인 쌀뿐만 아니라 ‘산업의 쌀’인 철강 산업도 지켜야 한다. 중국발 저가 철강의 대대적 공격, 보호무역주의 확산, 탄소중립 압력으로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철강 산업이 왜 필요한지를 편지로 써서 의원 300명에게 보냈더니 여야 의원 106명이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조속히 통과시키겠다.”

김헌주·강윤혁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