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배우’ 등장에 할리우드 발칵…노조·스타들 “예술 훼손”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01 17:54
입력 2025-10-01 16:03

AP·NBC·BBC 등 외신 집중 보도…가상 배우 틸라 노우드에 업계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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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제작된 가상 배우 틸라 노우드가 레드카펫을 배경으로 등장한 모습. 실제 신인 배우와 다를 바 없는 외형으로 업계의 논란을 키우고 있다. 파티클6 제공
AI로 제작된 가상 배우 틸라 노우드가 레드카펫을 배경으로 등장한 모습. 실제 신인 배우와 다를 바 없는 외형으로 업계의 논란을 키우고 있다. 파티클6 제공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 배우 틸라 노우드가 실제 연예 소속사와 계약을 추진하자 할리우드가 들끓고 있다. 배우노조와 스타들은 “예술 훼손”이라고 반발했고 AP통신과 NBC·BBC방송 등 주요 외신도 잇따라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창의성은 인간 것”…배우노조 강력 반발미국 배우노조 겸 방송인연맹(SAG-AFTRA)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틸라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라 수많은 배우의 연기를 무단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AI는 인간의 삶과 경험, 감정을 배제해 관객과 교감할 수 없고 결국 예술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AI 캐릭터는 배우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인간 예술성을 평가절하한다”며 계약이 추진되면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정말 끔찍하다”…할리우드 스타들 일제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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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블런트가 9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비벌리힐스 아카데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열린 영화 더 스매싱 머신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에밀리 블런트가 9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비벌리힐스 아카데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서 열린 영화 더 스매싱 머신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배우 에밀리 블런트는 전날 밤 버라이어티 팟캐스트에서 틸라 노우드 영상을 본 뒤 “정말 끔찍하다. 제발 소속사들은 이런 일 하지 말라. 인간의 연결을 빼앗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샹치’의 주연 시무 리우도 “영화가 더 좋아지려면 인간 대신 AI 캐릭터가 연기해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냉소적으로 반응했다.

공포 영화 ‘스크림’의 멜리사 바레라는 “이런 계약을 추진하는 소속사와는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우이자 토크쇼 ‘더 뷰’ 진행자인 우피 골드버그는 방송에서 “배우 수천 명의 특징을 합쳐 만든 AI는 불공정한 경쟁자”라고 지적했다.

창작자 “AI도 예술의 한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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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배우 틸라 노우드가 등장하는 영상 속 빌딩 붕괴와 도주 장면. 실제 영화 트레일러 같은 연출이지만 전부 AI로 제작돼 업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틸라 노우드 엑스(옛 트위터)
AI 배우 틸라 노우드가 등장하는 영상 속 빌딩 붕괴와 도주 장면. 실제 영화 트레일러 같은 연출이지만 전부 AI로 제작돼 업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틸라 노우드 엑스(옛 트위터)


네덜란드 출신 제작자 엘린 판데르 펠덴은 AI 스튜디오 ‘파티클6’를 설립해 틸라 노우드를 제작했다. 그는 취리히 영화제 서밋에서 “곧 소속사를 발표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펠덴은 인스타그램에서 “틸라는 인간 대체물이 아니라 하나의 창작물이며 예술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애니메이션이나 컴퓨터생성이미지(CGI)처럼 새로운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며 “AI 캐릭터도 독자적인 장르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 소속사도 “우리는 인간만 대표한다”세계적 소속사들도 잇따라 선을 그었다. 윌리엄 모리스 엔데버(WME) 공동회장 리처드 와이츠는 “우리는 인간을 대표한다. 틸라 노우드에게 미래가 있더라도 WME에서가 아니다”라며 계약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대형 소속사 거시(Gersh) 역시 “끔찍하다”며 영입 계획을 부인했다.

업계는 이런 반응을 두고 “AI가 배우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근본적 불안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SNS 팔로워 3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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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배우 틸라 노우드가 5월 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추워도 아이스 커피는 포기 못 한다”는 글과 함께 재킷 차림으로 웃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틸라 노우드 인스타그램
AI 배우 틸라 노우드가 5월 6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추워도 아이스 커피는 포기 못 한다”는 글과 함께 재킷 차림으로 웃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틸라 노우드 인스타그램


틸라 노우드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미 팔로워 3만 명을 확보했다. 계정에는 커피를 마시거나 쇼핑을 즐기는 일상 사진과 스크린 테스트 영상이 올라오며 “곧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다”는 메시지가 팬심을 자극하고 있다.

AI 배우, 영화계 뇌관 되나AI 활용은 이미 영화와 게임 업계의 뜨거운 쟁점이다. 지난해 SAG-AFTRA 파업도 ‘AI를 통한 배우 대체’ 우려가 핵심 쟁점이었다. 일부 영화는 이미 대사 더빙에 AI를 활용해 논란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틸라 노우드 사태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배우 생존권과 예술의 본질을 건 근본적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며 “국내 영화계 역시 AI 활용을 두고 비슷한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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