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고 기어다니는 중국판 ‘모글리’…‘석사’ 부모 “자연을 가르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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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수정 2025-10-22 12:04
입력 2025-10-21 13:42

“짐승처럼 기어다니며 밥 핥아먹어”
中 3살 아동 영상 SNS서 파문
‘고학력자’ 부모 “우리의 교육 방식”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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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부모가 3살 아들을 발가벗기고 바닥에 기어다니게 하며 짐승처럼 키워 당국이 아동 학대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자료 : 중국 웨이보
중국의 한 부모가 3살 아들을 발가벗기고 바닥에 기어다니게 하며 짐승처럼 키워 당국이 아동 학대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자료 : 중국 웨이보


중국의 한 부모가 세살짜리 자녀를 벌거벗긴 채 길거리에 방임해 키워 파문이 일고 있다. 당국이 부모의 ‘아동 학대’를 의심하고 개입에 나섰지만, 고학력자인 부모는 “자연을 가르치는 것”이라며 맞섰다.

21일 중화망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쓰촨성 야안시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남자아이가 옷을 입지 않은 채 길바닥에 엎드려 음식을 핧고 있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확산됐다.

아이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머리가 헝클어진 모습으로 길바닥을 손과 발로 기어다니고, 음식을 먹을 때는 몸을 굽혀 입으로 핧아먹는 등 짐승의 행동을 모방하고 있었다. 아이는 입을 열고 소리를 내긴 했지만 사람의 언어가 아닌 짐승의 소리에 가까웠다.

영상을 촬영한 네티즌은 “‘야생 아이’가 개처럼 밥을 먹고 기어다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영상이 확산되자 당국이 조사에 나서 아이의 인신매매 및 아동학대 피해 여부, 건강 상태 등을 살폈다.

아이를 ‘현대판 모글리’처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아이의 부모였다. 당국에 따르면 아이는 3세이며, 부모에게는 이 아이 외에 1살 남아가 더 있었다.

특히 부모가 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라는 사실에 네티즌들은 충격을 받았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부모는 이렇다할 직업이 없으나, 경제력이 있는 조부모의 도움을 받아 평소 캠핑카를 타고 곳곳을 떠돌며 생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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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부모가 3살 아들을 발가벗기고 바닥에 기어다니게 하며 짐승처럼 키워 당국이 아동 학대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자료 : 중국 웨이보
중국의 한 부모가 3살 아들을 발가벗기고 바닥에 기어다니게 하며 짐승처럼 키워 당국이 아동 학대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자료 : 중국 웨이보


부부는 아직 두 자녀를 호적에 올리지 않은 상태다. 이 탓에 아이들은 의료보장이나 의무교육 등에서 배제됐다.

부모는 평소에도 이웃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았고 경제적 도움을 주는 조부모의 접근마저 차단했으며, 겨울에도 아이에게 옷을 입히지 않았다. 한 이웃 주민은 “눈이 오는 한겨울에도 부모는 따뜻한 옷을 입었지만 아이는 옷을 입고 짐승의 울음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부모는 이같은 양육 방식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자연과 가까워지는 것” 등을 추구하는 ‘자연교육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국 관계자들에게 “이게 우리의 생활 방식이다.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맞섰다.

당국은 부모의 이같은 양육 방식이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며 경고했고, 결국 아이 어머니의 출신지인 베이징으로 가 아이들을 호적에 올리기로 했다. 당국은 “아이를 때리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며, 반문명적인 양육 방식을 ‘가정 사생활’이라고 은폐하는 것은 아동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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