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꿀이 뚝뚝… 한미 커플 6·25 때 흑백사진 화제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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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수정 2025-09-02 12:00
입력 2025-09-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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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흑백 사진이 화제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평생을 함께한 부부의 젊은 시절 애정이 듬뿍 담긴 사진이 감동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흑백 사진이 화제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평생을 함께한 부부의 젊은 시절 애정이 듬뿍 담긴 사진이 감동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6·25 당시 20대 초반이던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흑백 사진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애정과 행복이 넘쳐흐르는 커플의 몸짓과 표정에서 전쟁의 시절 한복판에서도 꽃피던 낭만이 엿보이며 감동을 자아내고 있어서다.

글로벌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국’ 게시판(서브레딧)에는 지난 1일 ‘1952~1953년쯤 내 조부모님과 아버지’라는 제목의 영문 게시물이 올라왔다. 10장의 사진이 담긴 게시물은 하루 만에 1만 2000번 이상의 추천을 받으며 한국에 관심 많은 글로벌 네티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공유된 흑백 사진들에는 그 시절 한국에 살던 국제 부부와 어린 아들의 모습이 담겼는데 사진 한 장 한 장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첫 번째 사진에서부터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선 꿀이 떨어진다. 상의를 벗고 얼굴에는 면도크림을 바른 남편 앞에서 아내는 거울을 들어주며 면도를 돕고 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활짝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사진 밖으로 새어나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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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 그리고 아기의 사진이 화제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 그리고 아기의 사진이 화제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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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옛 흑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옛 흑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또 다른 사진에선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육군 제8군 소속임을 나타내는 마크(엠블럼)가 달린 군복을 입은 남편과 한복 차림의 아내가 아기를 사이에 두고 밝게 웃고 있다.

아내가 장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한 사진이나 군용 트럭 운전대를 잡은 사진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함도 느껴진다.

아기의 돌잔치로 보이는 사진엔 푸짐한 상차림이 눈에 띄고, 부부가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 많아 가족의 화목함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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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옛 흑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옛 흑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글쓴이는 댓글로 여러 질문에 답을 하면서 “할아버지께서는 한국전쟁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제게 말씀해 주셨다. 이 사진들을 보니 할머니는 암울했던 그 시절 할아버지께 ‘삶의 빛’이셨던 것 같다”고 적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사진이 촬영된 당시 그의 할머니는 20세쯤, 할아버지는 26세쯤이었다. 할머니는 북한 출신이었는데 전쟁 때 서울로 이주했으며, 할아버지를 만나 서울 한남동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글쓴이는 조부모의 만남에 대해 할머니는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뒤 군 간호사 일자리를 얻었고, 군에 있던 할아버지와 만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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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옛 흑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옛 흑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부부는 군인이었던 남편의 근무지에 따라 세계 여러 곳에서 살았다. 두 사람은 독일에서도 살다가 1960년대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글쓴이가 태어날 무렵에는 미국 워싱턴주 터코마에 살고 있었다고 했다.

동양인의 나이를 실제로 훨씬 어리게 보기도 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사진 속 여성이 미성년자 아니냐고 의심하자 글쓴이는 “여권에 할머니의 출생년도가 1932년으로 적혀 있었다”며 “(사고나 질병 없이) 2004년에 노환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나이가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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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옛 흑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6·25 당시 한국인 여성과 파병 온 미국인 남성 커플의 손녀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옛 흑백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캡처


레딧에서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600개 이상의 영어 댓글을 남겼다. 이들은 “두 사람이 너무 행복하고 사랑에 빠진 것 같다. 귀엽고 어리둥절한 아기 얼굴도 너무 좋다”, “정말 감동적인 사진이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알 것 같다. 할머니의 미소가 정말 아름다우시다”, “할머니는 자신이 언젠가 금발 아기를 낳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것 같다”, “1950년대에 이런 걸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용감한지. 언어 장벽은 어떻게 넘었을까. 사랑이란 참 신기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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