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들 쉽게 좌절감에 빠지는 이유, 알고 보니…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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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5-09-02 02:00
입력 2025-09-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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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는 불쾌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대 제공
우울증 환자는 불쾌한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학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대 제공


우울증은 누구나 한 번쯤 걸릴 수 있지만, 결코 쉽게 생각하고 넘어가서는 안 될 질환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왜 나한테 안 좋은 일만 일어날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뇌신경 과학자들이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에게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동물 실험으로 밝혀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의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우울증은 불쾌한 상황이나 사건을 피하는 법을 학습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우울 증상이 다양하고 심한 사람일수록, 안 좋은 일을 능동적으로 회피하는 법을 학습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 저널’ 9월 2일 자에 실렸다.

우울증은 사람들이 보상을 추구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보상이 없고 불쾌한 사건을 피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데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해 우울증이 문제 상황을 회피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생쥐 465마리에게 경도부터 중증 우울증을 일으킨 뒤,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소리(혐오 청각 신호)를 들려주는 동시에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학습시켰다. 앞으로 들려주는 소리를 미리 알려주는 시각 신호(사진, 그림 등 이미지)를 보여주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연구 결과, 우울 증상이 심한 생쥐들은 경도 우울증을 앓는 생쥐보다 혐오 청각 신호를 회피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증 우울증 생쥐는 과제 학습 시간은 더 걸리지만, 일단 학습하고 나면 회피 능력은 경도 우울증 생쥐나 일반 생쥐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울증은 뇌의 보상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따라 학습 의지가 저하됨에 따라 학습 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봤다.

연구를 이끈 레베카 토드 교수(인지 신경과학)는 “우울증 환자는 문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결론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며 “우울증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 향상을 통해 우울증 완화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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