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의 미소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종락 기자
수정 2025-10-15 01:20
입력 2025-10-15 01:00
이미지 확대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통리역은 한때 영동선의 주요 철도역이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강원 남부의 주민들이 영주, 안동, 영천, 경주, 부산으로 가려면 강릉에서 내려오는 열차를 이곳에서 타야 했다. 지금은 폐역이 돼 레일바이크만 오가지만 한때는 적잖은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연휴 끝머리에 통리역을 찾았다. 문득 48년 전 겨울의 추억이 떠올라서다.

당시 아버지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내게 부산의 친척들 집을 혼자 방문하고 오라고 하셨다. 어머니는 어린 애를 어떻게 혈혈단신 보내느냐며 극구 말리셨지만 아버지는 단호하셨다.

눈발이 흩날리던 날, 통리역까지 배웅 나오신 아버지는 역 앞 국밥집에서 난생처음 국밥을 먹던 내게 묘한 미소를 지으셨다. 국밥의 온기와 아버지의 입김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다. 열세 살의 막내 아들을 먼길 보낸 아버지의 의도는 성공한 걸까.



그때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긴 지금의 내 모습을 아버지는 어떻게 보실까. 빛바랜 채 아직도 역사에 비스듬히 걸린 역 간판은 아버지의 미소를 봤을 텐데 아무런 말이 없다.

이종락 상임고문
2025-10-15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